상하이 30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요즘 상하이 지하철을 탈 때면 지하보도나 플랫폼 벽면에서 인공지능 그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무엇이건 '천하제일'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이처럼 완벽? 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그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표출일까?한두 점도 아니고 전철역을 도배하다시피 많은 AI 그림들로 채워 놓은 이유가 뭘까 의아했습니다.일상생활에서 지폐 사용이 거의 사라진 지금, 바야흐로 중국은 디지털 데이터로 움직이고 통제되는 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그 영역이 미술을 포함한 예술 전체까지 잠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번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쉬쟈후이(徐家汇)에 있는 천주교 성당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외관이 웅장하고 아름다웠지만 굳게 닫힌 철문이 가로막고 있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케 했습니다. 미사 시간을  ..

쟈딩, 상하이 들춰보기(II)

치우샤푸(秋霞圃) 수로 위에 걸린 아치형 돌다리 더푸교(德富桥)를 건넜다. 지붕보다 높이를 한껏 추켜올리고 계단식 흰색 외벽에 기와를 얹은 멋들어진 건물이 돌다리와 어우러져 강남 지방의 전형적인 풍치를 그려내고 있다. 저우챠오 노가(州桥老街)를 가로질러 직선거리 오백여 미터쯤에 자리한 치우샤푸(秋霞圃)로 걸음을 옮긴다. 치우샤푸는 명나라 때인 1502년에 건설된 500여 년 역사를 지닌 고전 원림으로 정원 내 건축물 대부분이 명나라의 것이고 읍묘(邑庙)는 송나라 때 건립되었다고 한다. 치우샤푸(秋霞圃)는 주이바이츠(醉白池), 위위엔(豫园), 구이위엔(古漪园), 취수이위엔(曲水园)과 함께 상하이 5대 고전 원림이라 불린다. 공(龚), 심(沈), 김(金) 세 성씨의 정원과 읍묘(城隍庙)가 합쳐져 조성된 치우..

쟈딩, 상하이 들춰보기(I)

주말 아침 눈을 일찍 떴다. 7시 반경 집을 나서 지하철 11호선 종점인 쟈딩북역(嘉定北站)으로 향했다. 그 부근에 모여 있는 후이롱탄(汇龙潭) 공원, 치우샤푸(秋霞圃), 저우챠오 노가(州桥老街) 등을 둘러볼 생각이다. 쟈딩은 '리우청(疁城)'으로도 불리는데 상하이에 속하는 구(区) 가운데 하나로 시의 북서부에 위치하며 2021년 기준 인구는 약 70만이라고 한다. 진나라 때에는 회계군(会稽郡), 수당 때에는 쑤저우 쿤산현에 속했고, 남송 가정 10년(1218년)에 쟈딩현(嘉定县)으로 독립했다고 하니 역사가 장구한 고장이다. 상하이에는 남송 함순 3년(1267년)에 푸시(浦西) 지역에 상하이 진(上海镇), 원나라 때인 1292년 상하이 현(县)이 각각 설치되었으니, 당시 쟈딩은 지금의 상하이 중심부보다 ..

시탕(西塘) 구쩐

상하이 밖으로금년 들어 두 번째로 맞는 주말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저장성 쟈싱시 시탕(西塘) 구쩐으로 차를 몰았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그치질 않는다. 상하이와 충칭을 잇는 후위(沪渝)와 상하이 푸동-쟈싱-후저우를 잇는 션쟈후(申嘉湖)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목적지로 향한다. 빌딩 숲이 차지한 도심을 벗어나자 거칠 것 하나 없이 너른 평원의 초목과 흰 벽에 붉은 지붕의 낮은 주택들이 목가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비에 젖은 무거운 공기는 하늘과 땅 사이 공간을 무채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로변에 겹겹 오선지를 걸쳐 놓은 듯 전깃줄을 걸치고 늘어선 거대한 송전탑들은 북유럽 전설 속의 몬스터 트롤(Troll)이 심술굿은 장난을 치려고 줄지어서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비 오는 날에 구..

상하이 유태 난민 기념관

"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을 구함이다"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며 느긋하게 침대에서 일어난 주말 아침이다. 지하철 15호선을 12호선으로 환승하여 티란루(提蓝路) 역에서 내렸다. '상하이 유태인 난민 기념관'을 둘러보려고 집을 나선 것이다. 녹음이 무성한 가로수와 도로 분리대 화단의 화사한 장미꽃이 오월을 알리고 있다. 도로변 작은 공원엔 수국이 진녹색 이파리 위로 탐스런 꽃송이들을 수북이 내밀었다. 차량 소음에 섞여 '꾸우꾹-' 들리는 비둘기 소리는 녹지가 많은 상하이에서는 별난 일도 아니다. 유태 난민 기념관에 도착해서 20위안을 지불하고 입구로 들어섰다. 아래 내용은 기념관 전시물, 설명문, 사료, 현지 검색엔진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정리해 본 것으로 자료마다 일부 차이점도 발견된다. 상하이 유태인 난..

코로나의 추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역설적으로 추억이란 단어로 바꾸어 제목을 달아 보았습니다. 영화 처럼. 때는 2022년 장소는 중국 상하이입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12월 중순임을 알립니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계절, 상하이는 아직도 가을 정취가 더 짙게 머물고 있습니다.망망한 코로나19의 강을 건너가 흉포한 급류에 휩쓸려 표류한 지 나흘째입니다. 침대 머리맡에 둔 휴대폰이 방전될 때마다 몸을 일으키는 일이 이렇게 번거롭고 온몸에 고통이 따를 줄이야... 지난 12월 7일 중국 국무원은 를 발표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임의적인 봉쇄 지역 확대 금지, PCR 검사 빈도와 규모 축소, 특수장소 외 PCR 검사 결과나 건강 QR코드 검사 폐지, 무증상자와 경증환자 자가격리, 중앙집중식 격리치료 자발..

상하이 현대 미술관(现代美术馆)

새해 첫날이다. 하이룬로(海伦路)에 있는 '상하이 둬룬 현대미술관(上海多伦现代美术馆)'으로 향했다. 여느 주말처럼 지하철은 승객이 적지 않다. 예원(豫园) 역에서 일단의 노인들이 우루루 몰려 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승객들이 하나둘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내어준다. 하이룬로(海伦路) 역 5번 출구 뒤쪽 담장으로 둘러싸인 너른 지역을 곳곳에서 보안들이 포위하듯 지키고 있다. 썬이모 구거(沈尹默 旧居)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옛 집도 굳게 닫혀 있다. 들고나는 출입구의 철책 문이 모두 잠겨 있고 그 앞에서 보안(保安)들이 무료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출입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철거를 앞두고 있는 구역인 듯 보인다. 새 것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사람이나 건물이나 시대나 매 한 가지인가 보다. 창춘로(长..

한중 문화 교류, 훈풍 불어올까!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주상하이 한국 문화원이 2023.2.17일 재개관했다. 그 기념행사로 "한국 영화제 및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이 열렸다. 상하이 문화원서에서 2.17-25일간 개최되는 영화제에서는 헌트, 범죄도시 2, 모가디슈 등 15편이 무료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 예약을 오픈한 지 5분도 안돼 문화원 아리랑홀 120여 석 좌석 예약이 동이 나고 대기자가 200여 명에 이르는 등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루 뒤인 2.18일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 AB6 IX, 모모랜드, 슈퍼주니어, 카이, 스테이시 등 5팀의 "K-pop 영상공연 in 상하이"가 CGV 바이위란(白玉兰) 광장점에서 개최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2.18일 자 중국 관용 언론인 환구시보(环球时报)에 실린 헤이룽장..

상하이 바람 불던 날

춘절 연휴가 오늘 포함 아직 이틀이 남았다. 상하이에는 어제까지 연 이틀 비가 내렸다. 오늘은 햇빛이 나왔지만 제법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를 끌어내렸다. 오늘 기온은 최고 4°C, 최저 영하 7°C로 한국에 비하면 한겨울 날씨 치고는 양반인 편이다. 중국인은 이번주까지 연휴를 이어가고 토일 주말에 대체근무를 할 것이다. 기실 고향을 떠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춘절 연휴 시작 전에 귀향을 해서 길게는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도 한다.  집을 나서 오랜만에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15호선 야오홍루(姚虹路)에서 승차해서 러우샨꽌루(娄山关路)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인민광장 역에서 내려 11번 출구로 나섰다. 대중교통의 가장 큰 이점은 핸들을 놓은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눈을 지..

카테고리 없음 2024.09.01

세기공원과 김가항 성당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좋은 계절 시월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TV를 켜니 여러 채널들이 어젯밤 1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를 전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통제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젊은이들이 이태원 경사진 좁은 골목길의 핼러윈 축제에 몰려들었다가 벌어진 참사라는 보도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 실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소식이다. 오전 열 시경 푸동 세기공원을 향해 집을 나섰다. 먼저 산책 겸 공원을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김가항 천주당도 찾아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지쳐 지하철 2호선 러우산꽌(娄山关) 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집을 나선 지 한 시간 만에 세기공원 역에 도착했다. 상하이 푸동신구(浦东新区)에 위치한 세기공원은 축구장 196개와 맞먹는 140.3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