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8

열강 침탈의 전초지 쩐장(镇江)

1.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아무런 일정을 생각지 않다가 웹 검색 중 쩐장(镇江)에 펄벅(Paerl S. Buck, 1892-1973) 기념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차 편을 검색해서 홍챠오역에서 11:03에 출발하는 쩐장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전쟝(镇江)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 때 거쳐간 곳이자 유비, 손권, 노숙, 태사자 등 삼국지의 영웅들과 왕희지를 비롯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자취가 어린 곳이기도 하다. 재작년 7월에 쩐장을 찾았을 때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촉-오 동맹이 맺어진 장소인 베이구산(北古山), 지아오샨(焦山)의 비림(碑林)과 아편전쟁 때 영국 군함을 저지하려던 포대 등을 둘러보았었다. 간간이 잠시동안 쏟아붓곤 하는 소낙비를 제외하곤 두어 주일째 맑은 날씨를 보였던 상하이처럼 장..

카테고리 없음 2024.09.19

쟈딩, 상하이 들춰보기(II)

치우샤푸(秋霞圃) 수로 위에 걸린 아치형 돌다리 더푸교(德富桥)를 건넜다. 지붕보다 높이를 한껏 추켜올리고 계단식 흰색 외벽에 기와를 얹은 멋들어진 건물이 돌다리와 어우러져 강남 지방의 전형적인 풍치를 그려내고 있다. 저우챠오 노가(州桥老街)를 가로질러 직선거리 오백여 미터쯤에 자리한 치우샤푸(秋霞圃)로 걸음을 옮긴다. 치우샤푸는 명나라 때인 1502년에 건설된 500여 년 역사를 지닌 고전 원림으로 정원 내 건축물 대부분이 명나라의 것이고 읍묘(邑庙)는 송나라 때 건립되었다고 한다. 치우샤푸(秋霞圃)는 주이바이츠(醉白池), 위위엔(豫园), 구이위엔(古漪园), 취수이위엔(曲水园)과 함께 상하이 5대 고전 원림이라 불린다. 공(龚), 심(沈), 김(金) 세 성씨의 정원과 읍묘(城隍庙)가 합쳐져 조성된 치우..

시탕(西塘) 구쩐

상하이 밖으로금년 들어 두 번째로 맞는 주말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저장성 쟈싱시 시탕(西塘) 구쩐으로 차를 몰았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그치질 않는다. 상하이와 충칭을 잇는 후위(沪渝)와 상하이 푸동-쟈싱-후저우를 잇는 션쟈후(申嘉湖)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목적지로 향한다. 빌딩 숲이 차지한 도심을 벗어나자 거칠 것 하나 없이 너른 평원의 초목과 흰 벽에 붉은 지붕의 낮은 주택들이 목가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비에 젖은 무거운 공기는 하늘과 땅 사이 공간을 무채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로변에 겹겹 오선지를 걸쳐 놓은 듯 전깃줄을 걸치고 늘어선 거대한 송전탑들은 북유럽 전설 속의 몬스터 트롤(Troll)이 심술굿은 장난을 치려고 줄지어서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비 오는 날에 구..

도자기 도시 경덕진(景德鎭; 징더쩐)

대륙의 밤을 가로질러봄비가 나흘째 오락가락하고 있다. 주말을 끼고 벼르던 쟝시성(江西省) 징더쩐(景德镇)으로의 출행을 감행하려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집 앞 정원의 자목련은 짓궂은 봄비와 꽃샘바람에도 가지마다 화사하게 만개한 꽃가지를 잘 간수하고 있다. 이번 출행의 개략적인 일정을 오후 늦게 상하이를 출발해서 자정 이전에 징더쩐에 도착, 호텔에서 일박, 그다음 날 박물관 관람 등 도자기 관련 탐방, 오후 7시 전후에 징더쩐을 출발해서 상하이로 귀환하는 것으로 잡았다. 홍챠오(虹桥) 기차역은 오늘도 예전처럼 인파로 넘쳐나지만 코로나19 음성확인 철차가 없어져서 역사 안 진입과 탑승 절차가 한결 수월해졌다. 시일이 촉박해서 출행을 결정하고 숙소와 기차표를 예약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선..

닝보, 땀에 젖고 감흥에 빠지다

상하이 홍챠오 역에서 07:08발 닝보행 열차에 올랐다. 쟈싱 역과 항저우 동역에 각각 정차했던 열차가 다시 속도를 높인다. 닝보(宁波) 역에 도착하기 전 열차는 구면인 샤오싱 북역을 지나치고 샤오싱 동역과 위야오(余姚) 북역에서 한 번 더 정차했다. 차창 밖 너른 들판의 촌락 도로와 함께 작은 나룻배들이 물길을 오가는 풍경이 여기가 강남땅 수향의 고장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한편, 도심 외곽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스쳐 지나는 건축 중인 빌딩군들이 바야흐로 지금의 중국은 건설 공화국임을 실감케 한다. 열차의 2등석은 좌석 사이 여유 공간이 없고 좁다. 3열 좌석 창 측에 앉은 내 옆 복도 쪽 두 좌석에 나란히 앉은 장년 부부는 팔걸이를 독차지하고 감춰둬도 좋을 성싶은 금슬(琴瑟)을 다소 과한 애정 표현으..

뜨겁고 매운 입체 도시 충칭

#충칭을 향하여 승객을 가득 채운 A320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비몽사몽 하는 사이 푸동공항 제2터미널을 이륙한 지 두 시간 반만인 새벽 1시 반경 충칭 쟝베이(江北) 공항 제2터미널에 안착했다. 중국 국경일 긴 연휴를 앞두고 동료 한 분과 후배 한 명 등 셋이 충칭 출행을 계획을 하고 결행을 한 것이다. 병아리처럼 길게 늘어선 노란색 자그마한 택시들이 도착 홀 밖 승강장으로 연신 들어와선 승객들을 태우고 빠져나간다. 지상과 지하를 교차하며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입체형 도로를 롤러코스트 타듯 좌우로 흔들리며 달린 작고 낡은 택시가 10여 분만에 공항 인근 호텔 부근에 도착했다. 외국인 투숙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예약을 했지만 화위호텔(华裕酒店) 프런트 직원의 투숙 절차는 느려 터져서 피로감이..

뤄양(낙양; 洛陽) 박물관은 뭔가 다르고 특별하다

중국 7대 고도(古都) 중 하나인 뤄양(낙양; 洛陽)에서의 출행 마지막 날이다. 밤새 여러 번 잠에서 깨었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이곳의 오늘 날씨는 최저 기온 8도 최고 기온 14도로 예보되었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지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머지않았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뤄양행을 생각하면서 일견 가장 먼저 찾아보아야 할 곳으로 생각한 곳은 뤄양 박물관이었다. 중원의 13조 고도 유구한 역사가 남긴 위대한 문물의 발자취를 한 곳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획이 뒤틀리고 여정이 꼬여서 박물관을 둘러볼 시간은 이번 출행의 마지막 날, 그것도 반나절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마음이 초조하고 걸음이 바빠진 까닭이다. 여덟 시 반경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강남 명루(名樓) 난창 등왕각에 오르다

한나절 여산(庐山) 유람의 흥취를 곱씹으며 피곤한 몸을 지우장(九江) 시내 호텔에서 다독였다. 다음날 아침, 호텔 방에서 복도로 나서니 후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밀려든다.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들고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가깝고 가성비가 좋아서 선택한 호텔은 주변이 온통 고층 아파트가 점령하고 있어 다소 삭막해 보였었다. 택시기사에게 물으니 구도심은 강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양쪽에 망루처럼 높다란 구조물을 거느린 역사(驛舍)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작별인사를 선사한다. 역사 규모는 다른 큰 도시와 달리 아담하다. 우리가 탑승할 09:06발 난창 행 T397 기차는 산동성 칭다오(青岛)를 출발해서 광동성 선전(深圳)으로 가는 침대열차다. 난창은 1927년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