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30

껍데기와 본질, 인공지능 그림

요즘 상하이 지하철을 탈 때면 지하보도나 플랫폼 벽면에서 인공지능 그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무엇이건 '천하제일'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이처럼 완벽? 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그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표출일까?한두 점도 아니고 전철역을 도배하다시피 많은 AI 그림들로 채워 놓은 이유가 뭘까 의아했습니다. 저번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쉬쟈후이(徐家汇)에 있는 천주교 성당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외관이 웅장하고 아름다웠지만 굳게 닫힌 철문이 가로막고 있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케 했습니다. 미사 시간을  공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특정 시간 일부 사람에게는 출입이 허용되는가 봅니다. 종교는 인간의 아픈 영혼을 보듬고 어루만져 주고 영생의 기약하게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건물일지라도, 심지어 종..

코로나 19와 필드의 꿈, 골프 단상

상하이의 짧았던 봄이 지나고 스멀스멀 온몸으로 스며드는 습기처럼 여름이 다가왔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와 자판을 잠시 움직이다 보면 금세 책상과 닿은 팔이 눅눅해지는 것을 느낀다. 상하이시는 비교적 잠잠하다가 작년 11월경부터 시내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급기야 지난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인구 2천5백만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처럼 장기간의 도시 봉쇄 조치는 비단 상하이에만 취해진 것도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작년부터 시안, 선전 등 여러 도시들이 길고 짧은 기간 봉쇄되기도 했다. 이 주일 전에 두 달간 지속된 상하이 전역 도시 봉쇄가 해제되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8.31

충밍도(崇明岛; 숭명도)의 흔들리는 갈대

마도(摩都) 상하이 늦가을의 이른 아침이 안개에 싸여 있다. 상하이와 장쑤성을 경계 짓는 장강(长江)의 하구 끝 삼각주 한가운데 자리한 충밍도(崇明岛)로 향한다. 중환로 고가도로 올라서니 얽히고설킨 도로망이 흩트려 놓은 실타래 같이 복잡하다. 상하이 시내도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는 차를 몰고 외곽으로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육지와 충밍도 사이에 있는 창싱도(长兴岛)까지는 장강 밑을 뚫은 길이 8,955미터의 터널이다. 터널을 지나면서 문득 강바닥 밑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짐짓 강박이 되어 고개를 쳐들려 한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충밍도와 창싱도를 연결하는 상하이 장강대교는 강 위를 지나는 길이 9.97km 포함 총길이 16.63km의 ..

차(茶)와 인생, 텐산 차청(天山茶城)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은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일상생활에 번거로움과 불편이 많은 현실이다. 신홍챠오화원(新虹桥花园) 공원에 접한 이리로(伊利路) 역 1번 출구에서 동료 M을 기다렸다. 공원의 수목 사이에서 중년 여인 한 분이 느릿한  태극권 동작을 하고 있다. 공기와 하나 된 듯 한 그루 나무인 듯 정지해 있는 듯 움직이는 듯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을 감추고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팽팽한 긴장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읽힌다. M과 함께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천산차성(天山茶城; 텐샨 차청)을 향해 걸었다. 기와지붕의 전통적 외관에 세 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천산차성에는 300여 개의 차 가게가 입주해 있다. 이른 시..

그리운 봄, 유채꽃 내음

상하이 교외 출행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주일 오전이다. 상하이 남부 9호선 종점 부근에 자리한 송난지아오예(松南郊野) 공원을 찾아볼 요량이다. 야오홍루(姚虹路) 역에서 15호선 전철에 올랐다. 객실이 헐렁하다. 9호선으로 갈아타는 계림로(桂林路) 역 플랫폼도 텅 빈 지하 벙크처럼 휑하다. 최근 이곳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전역의 악화일로에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지우팅(九亭) 역을 지나자 지상으로 올라온 전철이 창밖으로 춘삼월 끝자락 희뿌연 공기에 잠긴 교외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셔샨(佘山)역을 지날 즈음 작년 봄 이맘때 쯤 찾았던 상하이 최고봉으로 해발 100여 미터 남짓 높이 셔샨이 저멀리 보인다. 도로 건너편 건물들 틈틈이 자리한 논밭과 너른 공터의 파릇한 초목과 노란색 주..

강남 땅 오월과 과일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자 오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창밖에서 빌딩 사이에 비집고 선 수양버들이 처녀 머리카락 같은 가늘고 긴 가지를 늘어뜨리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린다. 퇴근 무렵 잠시 3층 야외 휴게실로 나가서 하늘을 한 번 쳐다보았다. 빌딩 숲 위로 보드랍고 가벼운 양털 같은 구름이 비췻빛 하늘을 수놓고 있다.들고 나는 대문이 하나이다 보니, 퇴근길에 동료를 마주치는 일이 잦다. 오늘도 대문을 나서려는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동료 M이 차창을 내리고 옆 좌석을 내어준다. 사무실 앞에서 집까지 15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길거리 자전거(共享單車)를 타려던 참이었다.주차장처럼 밀리는 차도 옆 자전거 전용도로 위를 페달을 밟아 바람을 맞으며 물 흐르듯 지쳐가는 맛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상하이 쑤저우 허(苏州河) 강변 라이딩

가파른 한 주의 비탈을 오르고 맞는 주말은 힘든 산행 중 만나는 옹달샘처럼 큰 위안이다. 계림공원 역에서 지하철 12호선으로 갈아타고 한쫑루(汉中路) 역에서 내렸다. 쑤저우 허(苏州河)를 따라 황푸강 쪽으로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며 주변을 둘러볼 요량이다. 그 명칭이 등장한 것이 백여 년에 불과한 쑤저우 허(苏州河)는 우쏭강(吴淞江) 하류 상하이 경내 유역을 지칭한다. 우쏭강(吴淞江)의 수원지는 쑤저우 오강구(吴江区) 송릉진(松陵镇) 남쪽의 타이 후(太湖)이다. 그곳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강남 운하를 지나 상하이 황푸 공원 북쪽 외곽 백도교(白渡桥)에서 황푸강과 합류한다. 원래 황푸강은 우쏭강의 지류였으나 소위 '황포탈송(黄浦奪淞)'이라는 말처럼 주종의 관계가 뒤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우쏭강에는 1..

깃발과 노래와 꽃

중국 강남 땅 호텔에서 격리 일주일째 날 아침을 맞는다. 굵은 빗줄기가 두르리거나 빗물이 맺혀 있던 너른 통유리창으로 오랜만에 햇빛이 들이치고 있다. 창밖 유유히 흐르는 너른 강폭의 황포강 위를 크고 작은 화물선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TV를 켜니 CCTV를 비롯한 여러 채널에서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를 생중계하고 있다. 개회에 앞서 울려 퍼진 중국 국가(國歌)의 내용이 궁금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국기 국가 국화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뒤적여 중국의 공식적인 국가(國義歌)가 임을 알게 되었다. 이 곡은 2017.9.1일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제29차 회의에서 채택된 「중화인민공..

수향 우쩐(水鄕 烏鎭)

고대 강남의 수향 속으로항쟈후(杭嘉湖) 평원에 위치한 우쩐(烏鎭)은 A5급 국가 풍경구로 강남의 대표적인 수향(水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 전철 15호선 야오홍루(姚虹路) 역에서 난짠(南站) 역으로 향했다. 고속열차(高鐵)를 이용했던 저번 쑤저우 출행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외버스로 가 보기로 했다. 통샹(桐鄕)에 딸린 우쩐은 통썅 기차역보다는 우쩐 버스터미널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다.후쑤항(沪蘇杭) 즉 상하이 소주 항주의 중심에 위치한 통썅(桐鄕)은 저쟝성 쟈싱시(嘉興市) 아래 현급 시(縣級市)로 징항 운하(京杭运河)가 지나고 양잠과 비단을 특산으로 하여 어미지향(鱼米之鄕) 또는 사조지부(丝绸之府)로 불린다.상하이에 와서 원거리 버스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것은 늘 부딪혀 배워야..

카테고리 없음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