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4

두보초당 初夏喜雨

청두(成都)에서의 마지막 날, 달콤한 잠에서 빠져나와 아침을 달게 먹었다. IBI*라는 이 숙소는 하룻밤 오만 원 남짓 숙박비에 아침까지 거저 제공하니 배낭 여행객에게 딱 걸맞은 곳이다. 날씨가 흐린 탓에 따가운 햇볕이 없어 바깥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날이다.  두푸초당(杜甫草堂) 입구 맞은편 초당 광장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웠다. 광장에서는 나이 지긋한 남녀 노인들이 수련복 차림으로 물 흐르는 듯 간드러진 현악 음률에 맞춰 태극권 연습이 한창이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나 그곳 출신 옛 명사들의 동상이나 기념관 등 기념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광장 옆 좌우에 삼소(三蘇)와 삼조(三曹)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삼소는 그렇다 하더라도 삼조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연유는 잘 모르겠으..

뜨겁고 매운 입체 도시 충칭

#충칭을 향하여 승객을 가득 채운 A320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비몽사몽 하는 사이 푸동공항 제2터미널을 이륙한 지 두 시간 반만인 새벽 1시 반경 충칭 쟝베이(江北) 공항 제2터미널에 안착했다. 중국 국경일 긴 연휴를 앞두고 동료 한 분과 후배 한 명 등 셋이 충칭 출행을 계획을 하고 결행을 한 것이다. 병아리처럼 길게 늘어선 노란색 자그마한 택시들이 도착 홀 밖 승강장으로 연신 들어와선 승객들을 태우고 빠져나간다. 지상과 지하를 교차하며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입체형 도로를 롤러코스트 타듯 좌우로 흔들리며 달린 작고 낡은 택시가 10여 분만에 공항 인근 호텔 부근에 도착했다. 외국인 투숙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예약을 했지만 화위호텔(华裕酒店) 프런트 직원의 투숙 절차는 느려 터져서 피로감이..

호도협 차마고도를 걷다

호도협 속으로 들다. 바다에 접해 있고 산이 없는 상하이는 아침이 일찍 온다. 오늘도 창밖이 훤히 밝아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네 시 언저리다. 이곳에 도착해서 주어진 미션에 임하며 나름대로 치열한 봄을 보내고 첫여름 첫 휴가를 맞이했다. 윈난의 쿤밍 따라 리장 등을 다녀올 계획에 따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홍챠오 공항행 첫 전철을 기다린다. 공항에 도착 후 C항공사 A320기에 올라 좌석번호 31E 맨 뒷좌석에 자리를 했다. 매 열마다 좌석이 6개이니 약 186명이 탑승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도 국제선 노선은 대폭 줄었지만 국내선은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비행기는 예정 시각보다 50여 분 늦은 08:25 쯤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여 한참만에 뭉게구름 위로 올라 정상 고도에서 수평을..

상하이의 맨하탄 와이탄(外灘)

퇴근 후 저녁을 들고 운동 삼아 와이탄(外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일상에 매여 사는 소시민에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맞는 짧은 휴식은 더없이 푸근하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가끔씩 오래전 병영에서 부르던 군가 한 구절이 저절로 입가에 맴돌 때가 있다. 상하이에 도착 후 이곳 제일의 명소이자 야경이 일품인 와이탄을 아직 찾아보지 못했었다. 내일 비 예보에 이어 주말 날씨도 장담할 수 없으니 오늘 밤만큼 딱 좋은 날도 없을 것이다. 이리루(伊莉路) 전철역으로 걸어가서 스마트폰에 미리 깔아 놓은 전철 탑승용 어플 '따뚜후이(大都会)'를 켜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역무원에게 도움을 받으며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은 무인 발권기에서 휴대폰 온라인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