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 2

황학루 찾아 화로 속으로

석연휴가 시작되었다. 타국에 혼자 나와 있으니 이번 추석은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밥 한끼를 나눌 수도 없고 부모님 산소에 술 한 잔 부어드릴 수도 없다. 이럴 때 그냥 죽치고 앉아 있으면, 거대한 이 도시 상하이는 오히려 좁은 감방처럼 느껴질 것이다. '명루(名楼) 탐방'이라는 주제의 2박3일 기행을 기획했다. 우한(武汉)으로 가서 위에양(岳阳)과 창사(长沙)를 거쳐 상하이로 돌아올 요량이다. 우한과 위에양에는 각각 황학루와 악양루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칠월에 난창(南昌)의 등왕각(滕王阁)에 이어 이번에 두 누각을 둘러보면 소위 '강남 3대 누각'을 모두 찾아보는 셈이다. 또 어쩌면 강남 3대 명루(名楼) 중 그 어느 곳에서 둥근 달을 감상하는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각이 뭐 그리 대단하..

강남 명루(名樓) 난창 등왕각에 오르다

한나절 여산(庐山) 유람의 흥취를 곱씹으며 피곤한 몸을 지우장(九江) 시내 호텔에서 다독였다. 다음날 아침, 호텔 방에서 복도로 나서니 후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밀려든다.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들고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가깝고 가성비가 좋아서 선택한 호텔은 주변이 온통 고층 아파트가 점령하고 있어 다소 삭막해 보였었다. 택시기사에게 물으니 구도심은 강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양쪽에 망루처럼 높다란 구조물을 거느린 역사(驛舍)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작별인사를 선사한다. 역사 규모는 다른 큰 도시와 달리 아담하다. 우리가 탑승할 09:06발 난창 행 T397 기차는 산동성 칭다오(青岛)를 출발해서 광동성 선전(深圳)으로 가는 침대열차다. 난창은 1927년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