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2

취안저우(泉州), 해상 실크로드 고도

중국 복건성(푸지엔성; 福建省) 출행 둘째 날, 푸저우(福州)의 문묘를 둘러보고 취안저우(泉州)로 이동했다. 여행과 출행이라는 단어는 유사하지만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글에 비유하자면 여행이 형식에 구애됨 없이 체험이나 감상 등을 적은 에세이라면, 출행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나 할까. 상하이에서 일찌감치 외국인 투숙 가능 여부와 빈 방이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 두었던 ‘하오띠팡 호텔(好地方酒店)’로 직행했지만 한 발짝 앞서 호텔로 발을 들인 여성 둘에게 마지막 남은 방이 돌아갔다. 곧바로 바이두(百度) 지도를 검색하니 가까이 미식가(美食街)에 자리한 가성비 좋은 ‘바이지아(百佳)’라는 호텔이 있어 얼른 택시를 불러 이동해서 투숙 절차를 마쳤다. 이 호텔도 위치..

관음성지 보타산을 찾다(2)

어느새 물때가 바뀌어서 밀물이 몰려오는지 오르편 바다에서 파도 소리가 수런거린다. 세 시가 조금 지나 남해관음을 뒤로 하고 보제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별다른 이동 계획 없이 해안선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찾아보려고 한 명소들이 잘 짜인 각본처럼 하나둘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 내심 신기하다. 그처럼 보타산은 그리 큰 섬이 아니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각종 색상과 도안의 깃발을 든 안내원이 이끄는 관람객들 틈에 끼어 자죽림선원(紫竹林禅院)과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观音院)으로 향했다. 자죽림선원의 '비운동체(悲运同体)'라는 세로글씨 편액이 걸린 원통보전에는 백옥 아름다운 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이곳의 암석이 자홍색을 띠고 그 단면에 측백나무 잎과 대나무 잎 모양의 무늬가 있어 자죽석이라고 불리며..

관음성지 보타산을 찾다(1)

보타산 찾아가는 길 춘절 연휴가 끝나자 냉랭하던 날씨도 다소 풀렸다. 일기예보가 주말부터는 흐려져 다음 주 내내 비 소식을 전한다. 상하이에서 직선거리상 멀지 않지만 마땅한 교통편을 찾지 못해서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보타산(普陀山) 출행을 감행키로 했다. 중국 4대 불교 성지 중 하나로 관음보살 상주처로 알려진 곳이다. 차를 운전해서 가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대중교통편을 찾아보니, 상하이 남부버스터미널에서 보타산 부근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 편을 확인했다. 버스표 예매 앱("去哪儿旅行")을 사용하려면 본인 실명인증이 필요한데,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신청 후 이틀이 지나서도 '심사 중'이라는 메시지만 뜬다. 앱에서 보타(普陀) 행 첫 버스 출발시간을 확인 후 터미널로 가서 직접 티켓팅을 할 요량으로 6시..

자동차 대국 중국

최근 중국은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및 소비 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신화망(新浪罔) 등 현지 언론이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 자료를 인용하여 2023년 5월경 중국 자동차 산업 현황을 보도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22년 중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2,702만 대로 전년도에 비하여 94만 대, 3.48% 증가했고, 판매량은 2,628만 대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안부 교통관리국은 2022년 기준 중국의 자동차 보유량은 총 4억 1700만 대로 승용차가 3억 1900만 대, 이륜차가 8.072대라고 밝혔다. 중국 국민 3.3명당 자동차 한 대를 보유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전 세계 여러 나라 각종 브랜드의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내수용뿐..

카테고리 없음 2024.09.01

탈모와 밀수

남녀를 불문하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 중 하나가 탈모가 아닐까 한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적 자연환경적 요인과 함께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에 따른 심적 압박 등 사회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도 지속되어 온 고도성장,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인구의 도시 집중, 경쟁 심화 등 급속한 현대화와 더불어 탈모 인구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탈모가 가장 우려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초 현지 언론에 보도된 탈모 관련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중국 세관이 윈난성, 산동성, 허난성 등지에서 가발용 인모(人毛) 밀수 단속 작전을 실시하여 밀수조직 11개를 적발하고 관련 용의자 48..

한중 문화 교류, 훈풍 불어올까!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주상하이 한국 문화원이 2023.2.17일 재개관했다. 그 기념행사로 "한국 영화제 및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이 열렸다. 상하이 문화원서에서 2.17-25일간 개최되는 영화제에서는 헌트, 범죄도시 2, 모가디슈 등 15편이 무료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 예약을 오픈한 지 5분도 안돼 문화원 아리랑홀 120여 석 좌석 예약이 동이 나고 대기자가 200여 명에 이르는 등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루 뒤인 2.18일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 AB6 IX, 모모랜드, 슈퍼주니어, 카이, 스테이시 등 5팀의 "K-pop 영상공연 in 상하이"가 CGV 바이위란(白玉兰) 광장점에서 개최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2.18일 자 중국 관용 언론인 환구시보(环球时报)에 실린 헤이룽장..

상하이 바람 불던 날

춘절 연휴가 오늘 포함 아직 이틀이 남았다. 상하이에는 어제까지 연 이틀 비가 내렸다. 오늘은 햇빛이 나왔지만 제법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를 끌어내렸다. 오늘 기온은 최고 4°C, 최저 영하 7°C로 한국에 비하면 한겨울 날씨 치고는 양반인 편이다. 중국인은 이번주까지 연휴를 이어가고 토일 주말에 대체근무를 할 것이다. 기실 고향을 떠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춘절 연휴 시작 전에 귀향을 해서 길게는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도 한다.  집을 나서 오랜만에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15호선 야오홍루(姚虹路)에서 승차해서 러우샨꽌루(娄山关路)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인민광장 역에서 내려 11번 출구로 나섰다. 대중교통의 가장 큰 이점은 핸들을 놓은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눈을 지..

카테고리 없음 2024.09.01

껍데기와 본질, 인공지능 그림

요즘 상하이 지하철을 탈 때면 지하보도나 플랫폼 벽면에서 인공지능 그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무엇이건 '천하제일'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이처럼 완벽? 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그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표출일까?한두 점도 아니고 전철역을 도배하다시피 많은 AI 그림들로 채워 놓은 이유가 뭘까 의아했습니다. 저번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쉬쟈후이(徐家汇)에 있는 천주교 성당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외관이 웅장하고 아름다웠지만 굳게 닫힌 철문이 가로막고 있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케 했습니다. 미사 시간을  공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특정 시간 일부 사람에게는 출입이 허용되는가 봅니다. 종교는 인간의 아픈 영혼을 보듬고 어루만져 주고 영생의 기약하게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건물일지라도, 심지어 종..

타이저우 천태산(天台山) 국청사와 대폭포

칠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상하이에서 고속철로 두 시간이면 닿는 저장성 타이저우(台州) 시 북부 텐타이현(天台县)에 있는 천태산(天台山)을 다녀올 요량이다. 집 앞에서 다섯 시 반경 택시를 타고 홍챠오 기차역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첫 전철을 타면 열차 시각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출행에 대비해서 어제 퇴근을 하면서 아파트 근처 검사소에서 핵산 검사를 해두었고, 아침에 스마트 폰에 '음성'임을 알리는 녹색 큐알코드를 확보했다. 중국 곳곳 시시 때때 변하는 코로나 상황과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방역 정책을 일일이 알아보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싫다면 긴 주말 내내 찜통 같은 도시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풍 '송다(Songda)'가 오늘 오후 상하이 앞 먼바다를 지나 황해 쪽으로 북상할 ..

신창(新场) 구쩐, 수향의 짙은 물빛

봄이 성큼 다가와서 날씨가 따사롭고 해도 조금 길어졌다. 평소 같으면 출행하기 애매한 오후 네 시경 집을 나섰다. 행선지는 상하이 푸동신구(浦东新区)에 있는 신창 구쩐이다. 주로 오전이나 한낮에만 둘러보던 다른 구쩐들과는 달리 해가 지는 어스름 녘이나 어둠이 내린 구쩐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을 성싶었다. 길거리 행인들의 옷차림이 많이 가벼워졌다. 전철 10호선에서 7호선과 16호선으로 갈아타며 한 시간 여만에 신창역(新场站)에서 내렸다.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시내 중심가와는 달리 상하이 교외의 사방으로 툭 트인 전망이 굳게 여미고 있던 마음의 빗장을 슬며시 풀게 한다. 겨울은 꼬리를 감춘 이른 봄날이지만 해가 지평선에서 한 뼘 정도 남은 늦은 오후라 공기가 제법 싸늘하다. 구쩐까지는 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