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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보, 땀에 젖고 감흥에 빠지다

상하이 홍챠오 역에서 07:08발 닝보행 열차에 올랐다. 쟈싱 역과 항저우 동역에 각각 정차했던 열차가 다시 속도를 높인다. 닝보(宁波) 역에 도착하기 전 열차는 구면인 샤오싱 북역을 지나치고 샤오싱 동역과 위야오(余姚) 북역에서 한 번 더 정차했다. 차창 밖 너른 들판의 촌락 도로와 함께 작은 나룻배들이 물길을 오가는 풍경이 여기가 강남땅 수향의 고장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한편, 도심 외곽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스쳐 지나는 건축 중인 빌딩군들이 바야흐로 지금의 중국은 건설 공화국임을 실감케 한다. 열차의 2등석은 좌석 사이 여유 공간이 없고 좁다. 3열 좌석 창 측에 앉은 내 옆 복도 쪽 두 좌석에 나란히 앉은 장년 부부는 팔걸이를 독차지하고 감춰둬도 좋을 성싶은 금슬(琴瑟)을 다소 과한 애정 표현으..

강남 땅 오월과 과일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자 오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창밖에서 빌딩 사이에 비집고 선 수양버들이 처녀 머리카락 같은 가늘고 긴 가지를 늘어뜨리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린다. 퇴근 무렵 잠시 3층 야외 휴게실로 나가서 하늘을 한 번 쳐다보았다. 빌딩 숲 위로 보드랍고 가벼운 양털 같은 구름이 비췻빛 하늘을 수놓고 있다.들고 나는 대문이 하나이다 보니, 퇴근길에 동료를 마주치는 일이 잦다. 오늘도 대문을 나서려는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동료 M이 차창을 내리고 옆 좌석을 내어준다. 사무실 앞에서 집까지 15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길거리 자전거(共享單車)를 타려던 참이었다.주차장처럼 밀리는 차도 옆 자전거 전용도로 위를 페달을 밟아 바람을 맞으며 물 흐르듯 지쳐가는 맛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상하이 쑤저우 허(苏州河) 강변 라이딩

가파른 한 주의 비탈을 오르고 맞는 주말은 힘든 산행 중 만나는 옹달샘처럼 큰 위안이다. 계림공원 역에서 지하철 12호선으로 갈아타고 한쫑루(汉中路) 역에서 내렸다. 쑤저우 허(苏州河)를 따라 황푸강 쪽으로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며 주변을 둘러볼 요량이다. 그 명칭이 등장한 것이 백여 년에 불과한 쑤저우 허(苏州河)는 우쏭강(吴淞江) 하류 상하이 경내 유역을 지칭한다. 우쏭강(吴淞江)의 수원지는 쑤저우 오강구(吴江区) 송릉진(松陵镇) 남쪽의 타이 후(太湖)이다. 그곳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강남 운하를 지나 상하이 황푸 공원 북쪽 외곽 백도교(白渡桥)에서 황푸강과 합류한다. 원래 황푸강은 우쏭강의 지류였으나 소위 '황포탈송(黄浦奪淞)'이라는 말처럼 주종의 관계가 뒤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우쏭강에는 1..

두보초당 初夏喜雨

청두(成都)에서의 마지막 날, 달콤한 잠에서 빠져나와 아침을 달게 먹었다. IBI*라는 이 숙소는 하룻밤 오만 원 남짓 숙박비에 아침까지 거저 제공하니 배낭 여행객에게 딱 걸맞은 곳이다. 날씨가 흐린 탓에 따가운 햇볕이 없어 바깥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날이다.  두푸초당(杜甫草堂) 입구 맞은편 초당 광장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웠다. 광장에서는 나이 지긋한 남녀 노인들이 수련복 차림으로 물 흐르는 듯 간드러진 현악 음률에 맞춰 태극권 연습이 한창이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나 그곳 출신 옛 명사들의 동상이나 기념관 등 기념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광장 옆 좌우에 삼소(三蘇)와 삼조(三曹)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삼소는 그렇다 하더라도 삼조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연유는 잘 모르겠으..

깃발과 노래와 꽃

중국 강남 땅 호텔에서 격리 일주일째 날 아침을 맞는다. 굵은 빗줄기가 두르리거나 빗물이 맺혀 있던 너른 통유리창으로 오랜만에 햇빛이 들이치고 있다. 창밖 유유히 흐르는 너른 강폭의 황포강 위를 크고 작은 화물선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TV를 켜니 CCTV를 비롯한 여러 채널에서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를 생중계하고 있다. 개회에 앞서 울려 퍼진 중국 국가(國歌)의 내용이 궁금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국기 국가 국화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뒤적여 중국의 공식적인 국가(國義歌)가 임을 알게 되었다. 이 곡은 2017.9.1일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제29차 회의에서 채택된 「중화인민공..

수향 우쩐(水鄕 烏鎭)

고대 강남의 수향 속으로항쟈후(杭嘉湖) 평원에 위치한 우쩐(烏鎭)은 A5급 국가 풍경구로 강남의 대표적인 수향(水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 전철 15호선 야오홍루(姚虹路) 역에서 난짠(南站) 역으로 향했다. 고속열차(高鐵)를 이용했던 저번 쑤저우 출행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외버스로 가 보기로 했다. 통샹(桐鄕)에 딸린 우쩐은 통썅 기차역보다는 우쩐 버스터미널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다.후쑤항(沪蘇杭) 즉 상하이 소주 항주의 중심에 위치한 통썅(桐鄕)은 저쟝성 쟈싱시(嘉興市) 아래 현급 시(縣級市)로 징항 운하(京杭运河)가 지나고 양잠과 비단을 특산으로 하여 어미지향(鱼米之鄕) 또는 사조지부(丝绸之府)로 불린다.상하이에 와서 원거리 버스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것은 늘 부딪혀 배워야..

카테고리 없음 2024.08.27

뜨겁고 매운 입체 도시 충칭

#충칭을 향하여 승객을 가득 채운 A320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비몽사몽 하는 사이 푸동공항 제2터미널을 이륙한 지 두 시간 반만인 새벽 1시 반경 충칭 쟝베이(江北) 공항 제2터미널에 안착했다. 중국 국경일 긴 연휴를 앞두고 동료 한 분과 후배 한 명 등 셋이 충칭 출행을 계획을 하고 결행을 한 것이다. 병아리처럼 길게 늘어선 노란색 자그마한 택시들이 도착 홀 밖 승강장으로 연신 들어와선 승객들을 태우고 빠져나간다. 지상과 지하를 교차하며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입체형 도로를 롤러코스트 타듯 좌우로 흔들리며 달린 작고 낡은 택시가 10여 분만에 공항 인근 호텔 부근에 도착했다. 외국인 투숙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예약을 했지만 화위호텔(华裕酒店) 프런트 직원의 투숙 절차는 느려 터져서 피로감이..

항저우 천고의 정(千古情)

주말인 내일부터 시작되는 노동절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상하이는 거리의 가로수들이 연초록 잎을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의 계절이다. 중국의 관공서와 대부분의 기업들은 5월 1일 전후 주말에 대체근무를 하고 이번 토요일부터 5월 3일까지 5일간의 연휴에 들어간다. 우리 사무실은 월요일인 5월 1일까지 3일간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노동절 연휴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취날(去哪儿)', '티에루(铁路)12306' 등 교통편 예매 어플을 검색해 보니, 중국 각지로 출발하는 항공권이나 기차표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거나 값이 오를 대로 치솟았다. 심지어 항저우나 쑤저우 등 지척에 있는 도시로 가는 기차표도 동이 나고 없는 형편이다. 평소 '자유분방한 영혼'이라 자처하던 터라 패키지여행을 해 본 적이 거의..

푸동 상하이 미술관 기행

동지가 지나고 계절이 겨울의 깊은 골짜기로 접어들었다. 상하이 아파트의 난방이 시답잖아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요가 요긴하다. 당직 근무를 인계하러 근무일지와 매뉴얼이 든 가방을 둘러메고 아파트를 나섰다. 싸늘한 공기가 상하이에도 이제 겨울이 왔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정원의 큰 은행나무 한 그루는 며칠 전까지 가지마다 무성히 달고 있던 황금빛 잎사귀들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거리의 행인들은 모두 두터운 외투 차림이고 휴일 아침이면 눈에 많이 띄던 조깅족들 모습도 뜸하다. 아파트와 상점들이 줄지어 선 약 1km 길이의 황금성도(黄金城道) 보도의 공터마다 나이 지긋한 주민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건강 체조에 여념이 없다. 당직 가방을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주고 가까이에 있는 홍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