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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국(性進國) 중국의 일면

일요일 당직 근무를 인계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사무실 인근 상해 세계 무역 전시관(上海世贸展馆)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상하이 국제 Adult-care Expo 2021'이 눈에 띄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위챗으로 QR 코드를 읽어 들여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연동된 알리페이로 입장료 50원을 지불하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제18회 중국 국제 성인보건 생식건강 전람회(第18 中国国际成人保健及生殖健康展览会)'라는 타이틀에서 이 전시회가 18번째 개최되는 국제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업계 관람일인 4.16일에 이어 일반인 대상으로 4.17-18일 양일간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인용품 전시회로 지난 17회까지 360여 개 기업의 ..

호도협 차마고도를 걷다

호도협 속으로 들다. 바다에 접해 있고 산이 없는 상하이는 아침이 일찍 온다. 오늘도 창밖이 훤히 밝아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네 시 언저리다. 이곳에 도착해서 주어진 미션에 임하며 나름대로 치열한 봄을 보내고 첫여름 첫 휴가를 맞이했다. 윈난의 쿤밍 따라 리장 등을 다녀올 계획에 따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홍챠오 공항행 첫 전철을 기다린다. 공항에 도착 후 C항공사 A320기에 올라 좌석번호 31E 맨 뒷좌석에 자리를 했다. 매 열마다 좌석이 6개이니 약 186명이 탑승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도 국제선 노선은 대폭 줄었지만 국내선은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비행기는 예정 시각보다 50여 분 늦은 08:25 쯤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여 한참만에 뭉게구름 위로 올라 정상 고도에서 수평을..

상하이의 명동 난징루 보행가 거리

날 좋은 봄날 저녁이다. 일찌감치 저녁을 들고 산책 삼아 밖으로 나섰다. 전철 10호선을 타고 난징동루(南京东路) 역에서 내려 6번 출구 닝보루(宁波路) 쪽으로 나와서 난징루 보행가(步行街) 거리 쪽으로 걸었다. 종으로 뻗은 허난중루(河南中路)와 횡으로 뻗은 난징동루가 교차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보행가 거리는 서쪽의 시장중루(西藏中路)까지 1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와이탄 쪽을 등지고 허난 중로를 건너면 보행자 거리 초입에서 상징 조형물이 맞이한다. 그 우측 항기(恒基) 빌딩 1층 미국 애플의 대형 스마트 폰 매장에는 많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보행가 쪽으로 낸 전면 유리창이 가시 공간을 바깥으로 확장하여 넓은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인다. 허난중루 건너편 화웨이 매장도 크고 넓기는 마찬가지다. 그 반면, 애플..

추일의 악양루(岳陽樓)

이국 땅 중국에서 맞이하는 추석연휴 마음에 이는 객수가 가을바람처럼 서늘하다. 황허루가 자리한 언덕배기 아래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6시가 조금 넘어 우창 역으로 이동했다. 호텔 복도로 나서니 어제 한낮에 느꼈던 열기가 여전하여 중국 4대 화로(火爐) 도시 중 하나라는 말이 실감 난다.1917년 3월 운행을 시작한 우창역(武昌站)은 상주인구 1,200만이 넘는 후베이성 성도 시민들을 전국 각지로 빠르게 실어 나르는 고속열차 발착 기지 역할을 우창남역 등에게 내어주고 대신 느린 열차만 운행한다.어제 상하이에서 타고 온 고속열차가 1898년 처음 '대지문역(大智門站)'이라는 이름으로 개통되었던 한커우역(漢口站)으로 들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속열차라면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위에양(岳阳)까지는 2시간이..

강남의 고도 샤오싱(소흥; 紹興) 속으로

샤오싱을 향하여 지속되는 코로나 19로 인한 트러블도 많았던 한 주가 다 지나가고 있다. 오일절(五一节) 연휴를 앞두고 하루 휴가를 내고 강남(江南)의 고도 샤오싱(소흥; 绍興) 일박이일 여행을 기획했다. 중국 최대 연휴 중 하나인 노동절 연휴 첫날인 5.1일 당일에는 대부분의 기차표가 일찌감치 매진되었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월(越) 나라의 수도였던 샤오싱(绍興)은 수향(水鄕) 교향(桥鄕) 주향(酒鄕) 서법지향(书法之鄕) 명사지향(名士之鄕) 어미지향(鱼味之鄕) 등 여러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호수와 운하, 술, 서예, 인물, 맛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중국 내 최고 아름다운 도시 7위에 오르기도 한 곳이다. 일찍이 신석기 중기 소황산 문화가 시작된 샤오싱은 위에저우(越州), 회계(会稽) 산음(山阴)..

런민(인민; 人民) 공원 봄봄

상하이 중심구 황푸구의 런민따따오(人民大道) 북쪽에 런민공원이 자리한다. 원래 그 남쪽의 런민광장과 함께 경마장이었다가 1952년 공원으로 개원하며 천이(陳毅) 당시 시장이 제명을 했다고 한다. 사실 인민공원은 상하이 이외에 청두 텐진 우루무치 옌지(延吉) 광저우 정저우 동완(东莞) 안양 난양 진양(锦阳) 등 중국 내 많은 도시에도 같은 이름의 공원이 있으니 우리나라 여느 도시의 '중앙공원'처럼 흔한 이름이다.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 찾아보니 상해에는 150여 개의 공원이 있다. 상해 동물원, 상해 식물원, 진산 식물원, 회룡담공원 등 18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 개방된 공원이라고 한다. 인구 24백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얼핏 삭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강, 운하, 공원, 녹지, 문화..

상하이의 맨하탄 와이탄(外灘)

퇴근 후 저녁을 들고 운동 삼아 와이탄(外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일상에 매여 사는 소시민에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맞는 짧은 휴식은 더없이 푸근하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가끔씩 오래전 병영에서 부르던 군가 한 구절이 저절로 입가에 맴돌 때가 있다. 상하이에 도착 후 이곳 제일의 명소이자 야경이 일품인 와이탄을 아직 찾아보지 못했었다. 내일 비 예보에 이어 주말 날씨도 장담할 수 없으니 오늘 밤만큼 딱 좋은 날도 없을 것이다. 이리루(伊莉路) 전철역으로 걸어가서 스마트폰에 미리 깔아 놓은 전철 탑승용 어플 '따뚜후이(大都会)'를 켜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역무원에게 도움을 받으며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은 무인 발권기에서 휴대폰 온라인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