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물때가 바뀌어서 밀물이 몰려오는지 오르편 바다에서 파도 소리가 수런거린다. 세 시가 조금 지나 남해관음을 뒤로 하고 보제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별다른 이동 계획 없이 해안선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찾아보려고 한 명소들이 잘 짜인 각본처럼 하나둘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 내심 신기하다. 그처럼 보타산은 그리 큰 섬이 아니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각종 색상과 도안의 깃발을 든 안내원이 이끄는 관람객들 틈에 끼어 자죽림선원(紫竹林禅院)과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观音院)으로 향했다. 자죽림선원의 '비운동체(悲运同体)'라는 세로글씨 편액이 걸린 원통보전에는 백옥 아름다운 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이곳의 암석이 자홍색을 띠고 그 단면에 측백나무 잎과 대나무 잎 모양의 무늬가 있어 자죽석이라고 불리며..